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경기남부센터 김경훈 센터장

최근 언론보도에 유래없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가 많이 거론되고 있다. 불법온라인 도박의 확산과 청소년 도박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도박중독예방치유사업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일어난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임오경 의원실 보도자료에 따르면, 도박중독 예방의 주무기관인 사감위는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사행산업매출이 감소하였기 때문에, 중독예방치유부담금이 크게 줄어들 것을 감안하여, 도박중독예방치유 예산을 삭감하고, 실무 산하기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이하 한도관)의 위탁지역센터를 축소, 통폐합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위탁지역센터는 지역사회 현장에서 실제 도박중독예방치유사업을 수행하는 도박중독예방치유 전문기관으로서, 전국에 13개소가 있다. 이들 중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지역사회 기반 도박중독예방치유사업을 시작하여 10년 이상 사업을 수행해 온 기관도 있는데, 이들이 없어진다고 하니, 그동안 도박중독예방치유서비스를 받아왔던 지역주민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할지 걱정이 앞선다.

13개 지역센터 도박중독예방치유전문가들은 도박중독예방치유사업이 현시점에서 축소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감위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확인하고자 사실 확인을 요청하였으나 열흘이 지나도록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 정부가 이전의 어떤 정부보다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과제 중의 하나가 바로 ‘소통으로 통합하는 광화문 대통령’ 아닌가? 사감위는 국민과 소통하고 싶지 않다는 말인가?

사감위의 소통문제는 이뿐 만이 아닌 듯 하다. 오히려 국민을 기만하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최근 도박중독예방치유사업 축소를 다룬 언론매체 보도내용에서, 사업축소에 대한 사감위의 입장은 “10년 전부터 진행하던 서비스체계 중장기 개편 계획의 일환으로 제시된 방안 중 하나일 뿐”(노컷뉴스, 9. 17.),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서비스 전달체계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검토해보겠다”(아시아경제, 9. 15.), “확정된 것이 아니다”(경북매일, 9. 10.)라는 식으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사감위가 보도에서 언급한 중장기 개편 계획은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을 말하는데, 이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제 16조에 따라 5년마다 사감위가 수립해야 하는 것으로, 그동안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세 차례 발표되었다. 사감위가 국민을 기만하는 것 같다고 필자가 지적한 이유는 바로 이 대목이다. 사감위는 지난 10년 동안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을 수립하면서 지속적으로 강조한 것은 지역센터의 전국망 확대 설치였었고, 이 계획에 따라 현재 13개 지역센터가 설치되어 왔다. 그런데, 언론에는 지역센터의 축소 방향이 지난 10년 전부터 진행하던 중장기 서비스 체계 개편의 일환이라고 밝히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사감위가 도박중독예방치유사업 축소 정책을 계획적으로 실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감위는 지난 8월 28일 『3차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을 급하게 수정했다. 이 수정내용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난 10년간 사감위의 도박중독예방치유사업의 기조가 되었던 ‘지역센터 전국망 설치’와 ‘예방, 치유, 재활 서비스 개선을 위한 재원 확대’ 내용이 삭제되었다는 점이다. 3차 종합계획은 2018년도에 약 10개월 동안 기초용역연구, 분야별 공개 세미나, 전문가 자문회의, 간담회 및 공청회, 관계부처와 사행산업자의 협의를 거쳐 수립되었는데, 이번 수정은 그 모든 절차를 무시하고, 수정 사유와 배경에 대해서도 제시하지 않은 채 단 한 차례 관계부처간 협의만 진행하고 이루어졌다. 졸속으로 추진되었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또한 사감위는 이 수정된 계획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한도관으로 공문을 보냈다. 현재의 13개 센터를 5개 거점센터로 축소하는 쪽으로 운영방향을 정하고, 5개 거점 센터 선정 및 운영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올해 9월에 발주하라는 것이었다. 이미 판을 다 짜놓고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는 말을 되풀이 하고 있다. 국민을 뭘로 보는지 모르겠다.

사감위는 더 이상 변명만 늘어놓지 말고, 도박중독 예방의 주무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회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수행하기 바란다. 사감위는 도박중독 폐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사행산업매출이 감소하여 중독예방치유부담금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대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대면 재택근무와 온라인 원격수업이 확산되면서 집밖으로 외출하지 못하는 ‘집콕족’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온라인 불법도박문제가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

이 상황에서 사감위는 돈이 없으니 도박중독예방치유사업을 줄이자고 할 것이 아니라, 이런 심각한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제도를 개선하여 중독예방치유부담금에만 의지하는 현재의 예방치유서비스 재원을 국가가 책임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라 생각된다. 2012년 지역센터가 4개 밖에 없을 당시 정해진 중독예방치유부담금 규모를 지역센터가 13개로 늘어날 때까지 한번도 늘이지 않은 것은 분명히 사감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다. 이제 사감위는 그동안 하지 않았던 역할를 해야할 때가 되었다. 사감위는 이번 기회를 우리나라 도박중독 예방을 담당하는 책임있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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