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틀이 필요하다. @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아무것도 없이 굶주린 우리였기에 죽을 힘을 다해 선진국을 따라 했다.
그리고 최고의 반도체, TV, 스마트폰, 배, 자동차 등등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이런 훌륭한 결과만으로는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밝은 전망보다는 미래를 어둡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안타깝게도 구직자들은 넘쳐나는 데 그들을 받아줄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 상황을 달리 표현해 보면

훌륭한 악기와 연주자들이 모여 각자 자기 악기만 연주하고 있는 형국이다.

불협화음인 것이다.


만약 이들이 오케스트라 단원처럼 함께 모여 훌륭한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각자가 가진 이상의 가치를 얻을 수 있지 않겠는가.

이것이 바로 창조경제다.

안타깝게도 오케스트라가 연주할 음악과 지휘자가 보이지 않는다.

 

반도체는 세계 최고로 만들었지만 소프트웨어는 빈약하다.
 
스마트폰은 잘 만들지만 그것을 운영하는 OS는 눈에 띄질 않는다.
자동차는 잘 만들지만 F1 대회도 없고 튜닝산업도 없다.
배는 잘 만들어도 크루즈산업이 없다.

 

의료계는 어떤가. 로봇이 진료를 하는 세상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데 치열한 영역싸움으로 공멸의 길을 가고 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여야 어느 곳도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그저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공신화에 함몰되어 미래를 속단하고 있다.


경제가 세계로 확산되고 인류가 촘촘히 연결되어 국가의 개념도 희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화, 민주화, 자본주의, 경제학, 경영학, 복지 등 우리가 가진 모든 정답이 오답이 되어가고 있음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텐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언론도 아직 속보전쟁 중이고, 자극적인 기사로 독자를 잡아보려고 안간힘이다.
하지만 이미 속보는 기자가 아니라 독자가 만든다.
더 자극적인 기사로는 언론의 권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산업화 산물인 학교들이 아직도 간판이 경쟁력이라 생각하는 부모나 학생들 덕분에 존재하고 있지만 양질의 지식이 무한대로 또한 거의 무료로 제공되는 세상에 그 기능을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외면받게 될 것이다.

 
에너지 분야도 공급일변도의 중앙집중식 패러다임이 100여년을 지속해 왔지만
앞으로는 마이크로 그리드, 네가와트 (NegaWatt), 신재생 등 분산화, 친환경적 에너지로 변한다.

이로 인해 석유사용량은 줄어들 것이다. 인류가 구원받기 위한 몸부림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큰 틀의 변화를 예측하며 그에 잘 대응하여 새로운 생태계를 창조해야 한다.

다시 말해 훌륭한 작곡가와 지휘자, 그리고 모든 연주자들이 함께 장엄한 교향곡을 연주해야 한다


@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해야 @
 
 
정답 찾는 교육만 받고 자란 우리들, 선진국 따라가기 바빴던 우리들, 그래서 문제찾기 보다 문제해결이 급했다. 수 많은 대안이 쏟아지지만 문제정의가 잘못되면 엉뚱한 결과만 초래한다.


어떤 일이 발생하면 서둘러 대안을 내놓고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해 왔다.
안타깝게도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는 일만큼 중요한 일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간단한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대학이 수강신청을 받을 때면 그 대학이름이 검색어 1위에 오른다.
왜냐하면 일시에 선착순으로 수강신청을 받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엄청난 긴장 속에 수강신청을 해야 하니 불만이 팽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왜 그렇게 하는 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거의 모든 대학교가 그렇게 수강신청을 받아 왔다.


그러다 보니 갑자기 폭주하는 학생들의 부하를 감당하지 못해 전산시스템을 증설해야 한다는 해당 부서의 요청이 끊이질 않는다.


계원예대 이남식 총장은 디자인씽킹 방법론으로 문제부터 다시 정의했다.

그리고 수강신청을 그렇게 동시에 선착순으로 받지 않아도 되는 방안을 마련하였다.


디자인씽킹 방법론에 대한 설명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계원예술대학의 수강신청방법은 다음과 같이 변경이 되었다.


학생들은 수강신청 기간 내에 여유를 가지고 수강신청을 한다.

그 결과를 보고 학교당국이 과별 정원을 조정할 수 있는 지를 파악하여 넘치는 과목은 정원 수를 늘려주고 부족한 과목을 줄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락을 시켜야 하는 경우에 대비하여 수강신청 시 일종의 포인트(도토리)를 학생별로 균등하게 배분하고 이 도토리를 적절하게 배분하여 꼭 듣고 싶은 과목에 가중치를 주게 했다.


학교는 나중에 정원 초과시 이 도토리 숫자를 따져 배제시켰다.

학생들은 자기가 꼭 듣고 싶은 과목에 도토리를 적절하게 배팅하여 과목에 대한 선호도를 표현하였다.


그 결과 학생들의 불만은 사라졌고 컴퓨터 용량도 추가 구입없이도 충분했다.


간단한 예이지만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형태의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 디자인씽킹 방법론이 최근 각광받고 있는 이유다.


여러분은 현대자동차의 경쟁상대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벤츠나 BMW 정도로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세상의 변화에 둔감한 분들이다.

이제 자동차 메이커의 경쟁상대는 구글이나 또 다른 산업이 될 확률이 높다.


구글의 경우 오래 전부터 지도에 엄청난 투자를 했고, 이제 운전면허를 가진 무인자동차를 시장에 내놓으려 하고 있다.

무인자동차가 보편화되었을 때 과연 엔진이 경쟁력일까, 지도가 경쟁력일까.


만약 구글이 현대차에게 지도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현대차를 미국에 팔 수 있을까.

아주 극단적 상상이지만 지도는 자동차에 있어 그 비중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정교한 지도와 무인운전시스템을 구글이 판매하게 된다면, 3D프린터로 찍어낸 값싼 자동차에

이 키트를 탑재하고 다니는 고객이 늘어날 지 모른다.

현대자동차는 옵션이고 구글 키트는 필수가 되는 것이다.

마치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수 많은 스마트폰 제조사처럼 구글의 무인운전시스템에 종속된 자동차메이커가 되지 않을 까 우려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R&D투자는 과연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가.

각각의 기술이 미래기술이고 첨단기술이라는 이유로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앞으로 그 기술이 어떻게 쓰일 것이고 어떤 생태계에서 적용될 것인지를 면밀하게 검토한다면
굳이 첨단기술이 아니더라도 훨씬 효과적인 서비스개발에 투자될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3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앞으로 우리에게 닥친 여러가지 현안들에 대해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는 것이 회사의 성패, 더 나아가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게 될 지 모른다.


모든 분야에서 이렇듯 자신들의 문제를 정확히 미래관점에서 다시 정의하고 그에 따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창조경제의 출발점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도 과거의 정답으로 미래를 재단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 Eco Science @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는 일 그리고 그 문제정의에 따라 기존의 산업체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형태의 생태계를 창조하는 일이다.


그런데 서로 협업을 하자는 데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고, 큰틀에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과학적 방법론은 부재한 상태이다.

앞서 언급한 큰틀에서의 개혁을 통해 구성원 모두가 더 큰 혜택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데 수 많은 장애가 있음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재개발주택조합이나 리모델링주택조합을 예로 들어 보면  이들은 공동의 이익을 위해 여러가지 불편한 사항을 참아낸다.
또한 더 큰 이익을 위해 심지어는 개인적인 투자를 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사업 추진 후의 청사진이다.
이 청사진이 실행가능성은 물론이고 조합원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모든 조합원이 갖게 될 때 합의가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누구는 이익이 더 가고 누구는 덜 가는 불공평이 발생할 수 도 있고 또 예상치 않았던 불협화음이 발생할 수 도 있다.
성공한 조합이라면 투명하고 적극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지만 사리사욕을 취하거나 공정하지 못한 일처리 등으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 경우도 표준화되고 과학적인 프로세스에 의해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조합장의 도덕성과 역량에 따라 그 결과가 천자만별로 달라진다면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안타깝게도 이런 구체적인 방법론이 존재한다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정교하게 마련된 생태계 청사진과 이를 뒷받침하는 플랫폼으로 투명하고 공정하고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큰틀의 서비스를 창조하기 위한 과학적 방법론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서 서비스(Service)라는 개념을 좀 더 깊게 살펴 보자.


이제 서비스는 단순히 고객 접점에서 이루어지는 것만을 이야기 해서는 안된다.

기술개발부터 생산, 유통, 마케팅, A/S 등은 물론이고 자원의 순환같은 환경적 요소까지를 포함한
 

이른바 생태계 전체가 최고의 서비스를 위해 잘 조직화 되어야 한다.
이것이 과거의 서비스와 다른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른 생태계 차원의 서비스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인 경영전략 분야의 석학인 버드 대학의 마이클 포터 교수는 그가 제시했던 5-force 모델이
기업의 지속적인 경쟁우위 전략 확보 방법으로 한계가 있다고 인식하고 공유가치 (CSV ; Create Shared Value)를 보완책으로 제시했었다.


새로운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협력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그것을 통해서 이익실현과 사회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마이클 포터는 공유가치의 개념을 직접 고안하여 소개했지만 공유가치를 어떻게 찾고 만들어 가는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협업에 의한 새로운 공유가치창출을 위해서는 먼저 서비스에 대한 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즉 공동체가 함께 제시해야 할 서비스를 명확히 하고 각자의 비즈니스모델을 결합한 가치공동체,
즉 비즈니스 생태계 (Ecosystem)를 디자인 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이들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플랫폼(Platform)이 설계하여 서비스 효율을 극대화해야 한다.


새로운 가치 즉 서비스(Service)는 고객에 맞춰 설계되고 이를 뒷받침할 플랫폼 디자인, 경쟁 전략 등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Eco Science(ES)는 생태계 차원의 서비스 디자인, 플랫폼, 전략 등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고도록 발전된 ICT기술, 빅데이터 기술 등을 활용하여, 새로운 서비스 혹은 신산업을 개발하고자 하는 과학적 방법론을 의미한다.


또는 이렇게도 정의할 수 있겠다.

 
에코 사이언스 (Eco Science)는 기존 생태계의 문제를 파악한 다음, 이해당사자 모두가 Win Win할 수 있는 새로운 생태계를 디자인하고, 이를 뒷받침할 플랫폼을 구축하여 기술개발부터 생산, A/S, 자원의 순환에 이르는 생태계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과학적 방법론을 말한다.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창조해 내는 것은 우선되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 정부의 어떤 R&D 예산을 들여다 봐도 이런 청사진을 마련하기 위한 예산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협업은 그저 공허한 불협화음이 될 수 밖에 없다.


부처를 뛰어 넘고, 산업을 뛰어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잘 설계할 수 있다면 우리가 가진 수 많은 산업과 기술은 엄청난 부가가치를 잉태할 수 있을 것이다.

 
천문학적인 R&D비용을 투자하기에 앞서 우선적으로 비즈니스 생태계를 잘 디자인하여 진정한 서비스 상품을 마련한 후에 그에 따른 투자를 기술개발 뿐만 아니라 생산이나 표준화 등 전반적인 요소들에 골고루 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조기에 서비스를 상품화 할 수 있다.

 
정부는 R&D예산에 이러한 창조적인 비즈니스 생태계를 디자인하고 그에 따른 플랫폼과 서비스를 창조해서 진정한 의미의 창조경제를 구현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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