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더워크숍 최태산 건축소장

"제가 만든 건축물에 발을 내딛는 순간, 소름이 끼쳐요. 목표를 함께 이룬 분들과의 성과잖아요? 행복과 아쉬움이 동시에 교차하는 순간이지만, 아이를 낳았다면 이런 느낌일 거라 생각해요."

"건축가요? 밤새는 건 기본이죠. (웃음) 건축가를 꿈꾸는 젊은이가 있다면 밤새는 걸 두려워하기 전에 노력해봤는지 묻고 싶어요. 해보지 않은 일에 겁낸다는 건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좋은 결과만 쫓기보다 무엇이라도 시작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건축으로 행복을 찾기보다 나 자신이 행복하기 때문에 건축할 수 있다고 말한 '더워크숍'의 최태산 건축소장. 그는 5년째 대학 강의를 나가며 학생들과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36살의 젊은 건축 소장이자 모험가로 살아가는 최태산 소장을 만나, 그가 생각하는 건축의 가치를 들어보기로 했다.
 

'더워크숍' 최태산 건축소장


· 만나 뵙게 돼 반갑습니다, 소장님 소개 부탁드릴게요.

2002년, 아주대학교 건축학과를 입학해 공부한 후 3년 정도 디자인그룹 오즈에서 경력을 쌓았습니다. 2011년 네덜란드 베를라헤 인스티튜트(Berlage Institute, 현재 The Berlage)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경력을 쌓은 뒤, 한국에 들어와 ‘더워크숍’이라는 사무소를 열게 됐어요. '더워크숍'은 일본과 태국에 파트너사가 있고, 기존의 건축도시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한 사람들이 모여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 '더워크숍'은 건축디자인과 문화를 연구하고 있는데, 지향하는 바가 있다면?

건축문화의 시작은 '사람들의 인식'과 '건축'이라는 단어가 피부에 와 닿게 알고 있는가? 입니다. 한국의 건축 문화는 짧은 시간 동안 생성됐기에 비약된 경우가 많아요. 새로운 방법과 시각을 통해 우리 도시과 건축을 바라보고, 이로 인해 건축이 나의 생활양식이나 행동양식에 맞는 발전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 지난 13년 동안, 건축 분야에서 일하며 느끼는 건축가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지?

저희끼리 하는 흔한 말 중에, "건축가는 많은 지식을 배울 수 있다."고 해요. 하지만 되게 얕은 지식인 거죠. (웃음) 다양한 지식을 많이 알아야 해요. 계속해서 질문을 해야 하는 직업이거든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고민하고, 디자인뿐만 아니라 사람의 습성과 근본을 담아내야하기 때문에 어렵지만 질문하고 또 질문하는 자체가 매력이지 않을까요?

 

· 건축가에게는 특유의 섬세한 감각이 필요해 보이는데?

소위 결벽증이 있다고 말하면 병적으로 생각하시겠지만, 내가 추구하는 목표의 끝을 보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뜻이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도시나 건축물을 보면 "왜 저렇게 지었을까?" 하며, 섬세하게 관찰하지만 결국, 우리가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리는 모습인 거죠.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을 이해하고 관계 맺기 위해 관찰하는 모습처럼요.

 

· 완벽함을 추구하시나요?

제가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이는 문제는 최대한 해결하려고 해요. 제 외모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성격도 둥글둥글하거든요. (웃음) 그래서인지 작업할 때는 프로답게 끝장을 보려고 해요.

 

드라마 <신사의 품격> 속, 건축사무소 대표로 나온 배우 장동건의 매력이 건축가에 대한 로망을 자극했다. 건축가의 멋은 어디서 나오는가를 묻자,

최태산 건축소장은 '사유(思惟)'라고 말하며 싱긋 웃었다. 사상가, 철학자들이 여러 집단과 더 큰 환경을 이해하듯, 어떤 환경이 만들어지고 공간을 이용하는 사용자들이 어떠한 가치를 만들어 갈지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이는 모습은 멋있어 보일 수 있지만, 실제 하는 일과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팁도 건넸다.

치과의사가 꿈이었던, 외국어고등학교 2학년 학생은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를 만나며 그를 동경하게 된다. 건축학과를 다니던 친형과 ‘안도 다다오’의 작품을 만들었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고 한다. 친형의 과제였지만, 재료 하나하나를 쌓기 위해 곰곰이 생각하는 과정이 최 소장의 마음에 건축가라는 씨앗을 뿌렸다.
 

2018 평창 패럴림픽 접근성 개선사업 미팅 당시


· 다양한 건축 분야 가운데, 건축디자인과 문화를 선택했다. 이 분야의 매력이 있다면?

강의에서 "집을 설계하는 것과 도시를 설계하는 것의 차이가 뭘까?"하고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져요. 저의 대답은 “결국 똑같다.”라고 말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어떠한 대상이 그 공간을 사용하고, 어떻게 활용하는가? 인거죠. 가족이라는 단위도 하나의 큰 단위가 될 수 있고, 반대로 서울이라는 도시도 우주에서 보면 조그마한 단위로 보일 수 있는 거죠.

공간의 질, 문화 등은 상대적이라고 봐요. 이러한 요소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형태가 탄생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 공동 저자로 참여했던 「미술관의 입구」 책에서 도시와 자연이 소통하는 공공 건축에 대한 가치관을 느낄 수 있었다.

신승수 소장님(디자인그룹 오즈), 신은기 교수님(인천대학교 건축학과)과 함께 책을 쓰며, 미술관과 도시가 어떻게 사용자들을 포용하는지, 미술관을 통해 도시를 어떻게 경험할 수 있을지 연구했어요. 도시를 아우르는 공간을 미술관이라고 생각하는데, 질적 수준과 더불어 도시는 미술관을 어떻게 내포하는 지에 대한 탐구였죠.

공공 건축은 백화점, 편의점과 같이 특정 분야와 기호를 담을 수 있고, 미술관뿐만 아니라 도서관도 가능해요. 어떠한 방식으로 우리가 도시를 사용할 수 있을까?, 도시는 우리에게 우수한 공간을 제공하는 가능성과 함께 상호작용하는 역할이 '공공 건축'이라고 생각합니다.

 

· 공공 건축, 공공성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잠시 고민한 후) 조금 어려운 질문이네요. (웃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나라는 지방도시와 대도시 사이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어요. 예를 들어, 최근 미술관과 도서관을 많이 지으면서 과거 성공했던 방식과 사례를 대입하는 설계를 우선시 여겨요. 대도시와 지방도시의 성격은 저마다 다른데, 지역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거죠. 제 말이 정답은 아니지만, 공공건축은 단지 형태뿐만이 아닌 각기 다른 문화의 기호와 질서, 도시의 가치 그리고 사용자들을 철두철미하게 고려한 디자인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18년, 평창에서 개최된 동계 패럴림픽은 최태산 소장에게도 값진 경험이었다. 노인과 임산부, 아동과 같은 이동 약자들의 공간 접근성을 높이고, 시각적으로 더 아름답게 만드는 유니버설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살기 좋은 도시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236곳의 유니버설 디자인 대상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디자인이 있냐는 질문에,

과감한 색상을 사용한 정선역 화장실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코레일 관계자와 수많은 회의와 심의를 거치며 결국, 현재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병원, 학교, 편의점 등 대상지를 선정하고 우리 생활에 필요한 디자인을 찾기 위해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건축은 인간의 본질을 반영하는 행위이자 결과물이라고 한다. 모든 사람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우리 사회에 따뜻한 온기가 널리 퍼지길 필자는 기대했다.
 

평창 패럴림픽 접근성 개선사업 중인 정선역 모습


· 건축 설계와 디자인이 매번 다를 텐데, 새로운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얻으시는지?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과정이 건축가의 가장 큰 묘미가 아닐까 싶어요. 기자님 역시, 인터뷰를 하기 위해 사전 조사도 하고,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하는 원리와 같죠. 저 역시 건축을 위해 사용자뿐만이 아닌 토지, 우수(雨水), 수질과 같은 환경적 변화가 건축물에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얼마나 사회, 경제, 환경적으로지속 가능한지 계속해서 공부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어본다거나 해당 환경에 속해 경험하다보면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곤 해요.

 

· 계속해서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고 적용하는 게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시도를 하지만, 본질은 똑같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가장 큰 동기부여인 거죠. 다르게 느껴지는 건축도 결국, 똑같은 본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크게 벗어나진 않습니다. 다만, 어떤 질문이 옳은 질문일까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 옳은 질문을 찾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 있나요?

5W1H, 간단하게 육하원칙을 먼저 생각해보셨으면 해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건축이라고 하는 공간, 사회, 문화의 본질은 사람이 성장하는 모습과 같다고 생각해요. 비 온 뒤에 땅이 굳듯이 방황도 하고 시련도 겪으면서 더 단단해지는 법이잖아요.

내가 찾고자 하는 게 있다면, 육하원칙을 통해 답을 구하는 겁니다. 건축가로서 감내하며 지향하는 색상, 디자인, 공간에 살을 붙여 가면 최선의 선택, 그리고 답을 구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거예요.

나아가,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많이 돼요. 1968년에 만들어진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처럼 망상이라고 했던 영화 속 배경이 현재 실현되고 있죠. 그렇기에 육하원칙으로 스토리텔링과 논리 구조를 잘 풀어가면 상상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어려운 문제나 난관에 부딪혔을 때 스스로 되뇌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주변의 말을 빌리면, 은연중에 "될 거야"라고 말하는 버릇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돌이켜봤을 때,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끝낼 일도 없잖아요? 데드라인이 정해졌다면 평가받기 두려워하기보다 제가 하는 작업 과정에 더욱 집중하려고 합니다. To Go! 해야죠.

 

최태산 건축소장은 다양한 장소를 걸으면서 자신을 돌아볼 때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걷기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지만, 감성이 풍부한 최 소장에게 걷기는 큰 세상을 보기 전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더워크숍'의 태국 건축 주거 계획 (왼쪽)과 일본 나가노 신사 이벤트 계획 (오른쪽)


· 건축가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념이 있나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최근에 더 강조하는 말이에요. 한 발 한 발 나아갈 때 책임감을 추진력 삼아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 '더워크숍' 로고 디자인 아래 'We Serve Space'라는 문구가 있어요. 단순히 공간을 제공한다는 개념이 아닌, 사용자를 위해 더 모험하고 실험할 수 있는 책임이에요.

얼핏 보면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 하시겠지만, 공간에 담긴 스토리와 앞으로 탐험해야 할 분야에 대한 책임도 같이 담고 있는 겁니다.

 

· 좋은 건축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지 소장님 의견이 궁금하다.

자연 그 자체가 제일 좋은 건축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강연하거나 수업할 때 "모든 건축은 사람을 위해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라고 말해요. 아파트도 많은 사람을 위해 디자인 됐지만, 오히려 아파트만 많아졌을 때는 사람을 위한 건축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리움미술관'의 삼성 아동교육문화센터를 디자인한 건축가 렘 쿨하스는 1987년 프랑스 'Ville Nouvelle Melun-Senart' 현상 속 자연환경을 보며, "이곳에 도시라는 이미지를 그려야하는 것은 외설스럽지만 가슴이 아프다."라고 말했어요. 누군가에게는 실용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무(無)의 상태 혹은 그 자체의 환경이 가장 좋은 건축이 될 수 도 있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 마지막으로, 가장 존경하는 건축가는 누구인가요?

미스 반데어 로에 건축가를 존경해요. 이 분이 하는 말씀 중에 "건축은 두 개의 벽돌이 닿을 때부터 시작된다."라고 말했죠. 쑥스럽지만, 벽돌 한 개를 놓았을 때, 두 개를 놓았을 때의 공간의 차이에 대한 고민을 시작으로, 수많은 벽돌이 쌓였을 때 만들어낼 수 있는 패턴과 그 환경에 대한 생각 등을 다 품고 있는 말이라고 느껴졌어요.

단 하나의 벽돌이라도 생각 없이 쌓아 올렸다가 어떤 일들이 생길지 모르잖아요? 조금이라도 더 책임감을 갖고 질문과 사유를 반복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존경할 수밖에 없는 거죠.

 

앞으로의 목표와 꿈을 묻는 말에 안경을 고쳐 쓰며, 건축가다운 건축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하루 실패하며 보낸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건축에 대한 열정과 내공을 쌓으려는 그의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는 만큼 보인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건축 공간이 우리의 삶과 행동 방식을 좌우하듯, 사람이 어떻게 공간을 만들고 행복을 만들어갈지에 대한 고민은 우리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주의적 편안함이 현대 사회의 소통을 가로막고 있지만, 도시 전체를 즐기기 위해 무작정 걸어보려고 한다. 당연했던 사실을 새롭게 바라볼 때 앞으로의 세상이 더 재밌게 느껴지지 않을까...

필자는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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