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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이 60이지만 앞서가려는 자세는 변함없어요." 한 땀 한 땀 놓이는 장인의 자신감[인터뷰] 리폼하우스 이태순 대표
강병수 기자 | 승인 2019.03.25 21:51

"최선을 다해 손님과의 약속을 지키는 게 중요한 거죠. '영업시간은 정확히 지키자', 가게에 걸린 간판을 볼 때마다 다짐해요. 손님이 전화하지 않아도 언제든 찾아오실 수 있게 말이죠."

"기술만 보면 저보다 훨씬 장인다운 기술을 가지고 일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그분들과 견주어도 자신감을 갖고 있어요. 손님에게 '최고로 잘하는 사람'이라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경기도 수원시 우만동 월드컵 경기장 주변에 위치한 리폼하우스. 좋은 위치는 아니지만, 문에 달린 방울 소리가 멈출 줄 몰랐다. 부산, 마산, 창원 등 전국에서 보내오는 택배는 리폼하우스의 명성을 나타냈다.

30년이 넘은 주키 미싱(재봉틀)과 빛바랜 가위가 장인의 솜씨를 더하는 곳. 환한 미소가 봄꽃을 닮은 리폼하우스의 이태순 대표를 만나 옷과 함께 보낸 39년의 인생을 들어보기로 했다.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에 위치한 리폼하우스


· 옷 수선을 하게 된 계기는?

수선보다는 의류에 관심이 많았어요. 20대 초반, 1980년 당시에는 완성된 옷을 입기보다 맞춤옷을 많이 입었거든요. 더군다나 제 키가 크다 보니 "내 옷은 직접 만들어 입어야겠다." 생각하게 된 거죠. 수선과 관련 없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지만, 배우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밤늦게까지 양장 학원을 다니며 재단을 배웠어요.

 

· 손재주가 있으셨는지?

항상 뭐라도 만들었어요. 주키 미싱을 들고 다니며 아이들 옷도 손수 만들어주고 아이들 친구 옷까지 만들어 입혔어요. 나중에 손자들이 생기면 만들어주려고 군복도 가지고 있죠. (웃음)

제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일을 직업으로 갖다 보니 저도 모르게 39년이 지났어요. 원래 손재주가 있냐고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다른 분들도 이 정도는 다 하실 거라 생각해요. 꾸준히 하다보면 늘더라고요.

 

· 현재의 리폼하우스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셨나요?

언젠가 나만의 가게를 차려야겠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어요. 아이들 교육 때문에 서울로 와 강남과 신사동, 신림에 있는 전문 수선실에서 일하며 일머리를 배우게 됐죠. 나아가 제일모직과 쇼핑몰에서 수선 경력을 쌓으며 현재 모습을 갖추고 앞서가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또 배웠어요.
 

30년이 넘은 이태순 장인의 주키 미싱과 가위


▪ "리폼은 수명을 다한 옷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하나의 작품이다."


· 앞서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계시는 듯한데?

공무원인 남편의 발령으로 수원에 이사 왔지만, 어딜 가더라도 이 분야에서 앞서가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어요. 그동안 주변에 일만 잘하는 사람을 보면, 일만 잘하더라고요. 영업을 잘하는 사람은 영업만 잘하고요.

하지만,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도를 하며 다양하게 접목할 줄 알아야겠더라고요. 과거 휴대전화가 처음 출시될 때 잠시 관련된 일을 하며 휴대폰을 잘 다룰 줄은 몰랐지만, 볼 줄은 알았어요. 컴퓨터도 마찬가지고요.

 

· 카페 활동도 그 일환이었는지?

맞아요. 경력이 39년이라고 하지만, 스스로 장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보다 훨씬 뛰어난 분도 분명히 계시거든요. 하지만 그분들은 인터넷과 거리가 멀어요.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고 확신했어요. 가게 위치가 좋지 않았지만, 인터넷으로 소통하면 손님이 찾아와 주실 거라고요. 제 노하우인 셈이죠.

아이들에게 인터넷 하는 법을 배우고 작업한 사진도 올렸어요. 손님들이 수선과 관련해 질문 주신 글에 하나도 빠짐없이 답글을 달아드렸죠. 인터넷 카페 회원 수도 많게는 3000명, 하루에 100분이 넘게 방문해주더라고요. 지금 생각해 보니 참 잘했다고 생각해요.

 

· 리폼하우스가 자리 잡은 지 10년 차다, 소감은?

좋아하고 꾸준하게 해온 일이었기에 가게를 차릴 때 두려움도 없었고, 보이지 않는 자신감 갑옷을 입고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단골손님도 생기고, 수원에서 가장 잘하는 수선집이라는 말을 들을 때 뿌듯해요. 10평 남짓한 공간에서 시작해, 지금은 고객 응대실과 작업실로 공간을 확장하며 작업의 능률을 높이고 있습니다.

 

· 고객 응대실과 작업실을 구분하는 이유가 있다고?

일본의 경우, 수선을 접수하는 공간과 작업하는 공간이 확실하게 구분돼 있습니다. 이를 통해 많은 물량을 감당하고 그에 맞게 조절을 할 수 있죠. 손님과의 약속을 더욱 철저하게 지킬 수도 있고, 수선하는 기술자들이 온전히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작업 환경이 마련되는 거에요. 아직은 불가능하지만, 현실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방법을 찾아야죠.
 

고객 응대실과 분리된 작업실 모습


▪ "일자리 창출과 젊은 기술자 양성을 위해 지자체와 정부에서 힘써줬으면..."


· 기술자 이야기가 나왔다, 이 분야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던데?

7,8년 이상 손발을 맞추던 기술자 분들이 어느 정도 노하우를 쌓으시면 개인 작업실을 차려 나가게 돼요. 작업 공백이 생길 때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예전에는 의류 쪽이나 맞춤 분야에서 일하는 기술자 분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기술을 배우는 사람이 없어 연령 높으신 분들이 대다수에요. 참 안타깝죠.

이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많이 공감하실 이야기에요. 특히, 고가 의류 수선을 위해서는 자신감을 갖고 가위질을 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데 배우는 사람이 없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수선비용은 점점 더 올라갈 거에요.

 

· 100만원이 훌쩍 넘는 고가 의류를 수선할 수 있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지?

머릿속에 그리고 있으니까. 자신 없으면 떨려서 못하죠. (웃음) 수선 원리를 알고 피팅해 보며 작업 과정을 미리 그려보기 때문에 아는 겁니다. 노하우라고 한다면 많이 해봤다는 거 밖에?

 

· 대표님에게도 어려운 수선 작업이 있나요?

제가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재질의 옷을 맡기실 때에요. 그럴 때마다 항상 의논하고 또 의논하며 작업을 진행합니다. 수선 동우회 카카오톡 채팅방에서도 신상품이 나올 때마다 공유하며 어떻게 수선할지 이야기를 나누죠.

보시기에 넘치는 자신감일 수도 있지만, 어떠한 작업이라도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하지 못하면 가게를 차린 이유가 없잖아요. 1mm, 2mm에 민감한 멋쟁이분들을 만족시켜드리기 위해 항상 공부하고 또 공부하는 자세가 중요해요.
 

다림질 중인 이 대표


· 실수로 옷을 변상해준 적은 없었는지?

딱 한 번 있었어요. 나일론 재질의 아웃도어 의류였는데 아무 생각 없이 다리미질해버린 거죠. 그대로 떡하니 달라붙었어요. (웃음)

 

꾸준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내가 만족해야 손님이 만족한다는 생각에서부터


· 인생에서 가장 잘한 2가지가 있으시다면?

취미로 했던 일이 직업으로 이어지고 저만의 가게가 생겼다는 게 가장 좋은거죠. 또 하나는 조금이나마 가정에 경제적인 보탬을 할 수 있다는 거에요. 어느 분이나 다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항상 응원해주는 고마운 가족들이 있었기에 기분 좋게 일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해요.

 

· 일하며 느끼는 보람이나 자긍심이 있나요?

자리 잡은 지 10년이 지났어요. 초등학생이었던 꼬마가 대학생이 돼 찾아왔는데 신기했어요. 주 고객 층이 20대에서 50대인데 젊은 고객이 많은 덕분에 지인도 데려오시고 소개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그럴 때 보람을 많이 느끼죠.

더불어 인터넷 카페를 통해 만족한다는 후기를 올려주실 때 자긍심을 느껴요. 옷 잘 입는 젊은이들과 수선할 옷을 택배로 주고받으며 소통하는 일도 나름 재밌습니다.
 

39년, 옷 수선 장인 리폼하우스 이태순 대표


· 인정받고 싶은 모습이 있으시다면?

자신 있게 간판을 내걸었을 때 "다른 사람보다 내 가족에게 더욱 당당한 모습을 보여줘야겠다." 생각했어요. 가족에게는 "역시, 우리 엄마가 잘하더라", 손님에게는 "리폼하우스에 오길 잘했다." 이 말을 듣기 위해 끝까지 잘하는 모습으로 남고 싶어요.

 

· 앞으로의 계획, 목표는?

사람들이 잘 보이는 곳에 수선을 접수하는 공간을 만들고,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별개의 공간을 만드는 게 꿈이에요. 기술자가 부족한 탓에 어려움이 생기겠지만 꼭 그렇게 할 겁니다. 다른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공기 좋은 시골로 내려가 택배로 옷을 주고받으며 건강하게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가능하다면 일주일에 3일만?

시간적인 여유만 있다면 장기간 유럽 여행도 다녀오고 싶고 가죽 공예나 가방 소품을 만들어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도 하고 싶습니다. 3, 4년 뒤에 제가 이 자리에 없으면 시골로 내려간 줄 아세요. (웃음)

강병수 기자  dken93@too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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