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은지 PLOCK 대표

"저를 나타낼 때 '박살낸다'는 표현을 좋아해요. 과거의 나, 편견과 틀에 맞서 항상 박살내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거침없이 살다 보면 진정한 나를 찾지 않을까요?"

"사람들은 무대 뒤 노력과 힘들었던 과정에 대한 이야기보다 어떻게 성공했지 더 궁금해해요. 이러한 콘텐츠가 소위 잘 팔리는 콘텐츠죠. 하지만, 한편으로 믿어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는 소소한 일상 속, 우리가 겪는 아픔과 기쁨에 대한 공감이라고요."

카드뉴스 마케터이자 콘텐츠를 만드는 10년 차 프리랜서 이은지 PLOCK 대표. 겉으로는 여린 들꽃 같지만,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은 내면을 가진 그녀의 새로운 가능성은 무엇일까?
 

콘텐츠 크리에이터 이은지 PLOCK 대표 (오른쪽)


· 「카드뉴스 마케팅」 개정판이 나왔다, 기존의 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카드뉴스 채널로써 인스타그램 이야기가 추가됐어요. 몇 년 전만 해도 페이스북이 대세였지만 콘텐츠 도달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죠. 네이버 포스트도 많이 쓰지만, 현재 인스타그램이 높은 도달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콘텐츠 포맷은 똑같다고 생각해요. 감동적인 스토리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행복한 스토리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거죠. 제 책은 개정판이 나왔지만, 그 안에 담긴 근본적인 구조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 책을 쓰게 된 계기와 소감이 궁금해요.

감사하게도 카드뉴스가 유행하며 출판사에서 먼저 문의가 왔어요. 책을 내며 좋았던 점은 카드뉴스를 만드는 일을 넘어서 강의를 하게 됐어요. 이은지 콘텐츠 제작자에서 이은지 선생님이 된 거죠. 저를 찾는 분들이 많아졌고 제가 만든 카드뉴스를 알아봐 주실 때 정말 뿌듯합니다.

제가 쓴 책이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꾸준히 팔리다 보니 '앞으로도 카드뉴스가 통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상 콘텐츠가 대세라고 하지만 카드뉴스만의 매력이 있거든요.
 

이은지 대표의 저서, '카드뉴스 마케팅'


· 카드뉴스를 전문으로 하는 콘텐츠 제작자가 된 계기가 있나요?

애플리케이션 기획자로서 일하며 오프라인 행사를 기획했었어요. 그때 다른 회사의 제안으로 온라인 마케팅 일을 하게 됐고, 카드뉴스를 만드는 일을 하게 됐습니다. 홍보를 하려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데 차곡차곡 쌓아 성과를 나타내는 블로그와 달리 페이스북의 경우, 하나의 콘텐츠만으로도 큰 성과를 거두기 좋은 채널이거든요.

그렇게 만들기 시작한 카드뉴스가 하나둘씩 뜨거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드라마 작가를 준비할 때 긴 글을 써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카드뉴스는 20장의 사진에 두 줄씩 호흡이 짧은 문장이 들어가요. 사람들이 포용할 수 있는 쉬운 문장과 단어가 쓰인 카드뉴스가 제게 잘 맞았던 거죠.

 

· 카드뉴스를 제작하기 위해 노력한 점은?

강의할 때 필사와 카드뉴스를 많이 접해야 한다고 말해요. 필사에 대한 노력도 있지만, 대박 난 콘텐츠들을 보며 "왜 사람들이 좋아할까?"에 대한 생각을 해보는 거죠. 반응이 좋은 콘텐츠에 달린 댓글들을 끝까지 보며, 사람들이 어떠한 감정을 갖고 어떤 포인트에 댓글을 달았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시장에 대한 이해와 사람 심리에 대한 2가지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여러 장의 카드뉴스 중에서도 사람들이 희열을 느끼는 부분이 다 다르더라고요. 이를 알고 난 후에 는 카드뉴스를 설계할 때 위의 2가지를 신경 쓰며 만들었어요.

 

◇ '숫자에 대한 갈망, 나를 잃어버린 삶에 지친날도...'


"공황장애를 겪은 적이 있었어요, 프리랜서이자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겪은 심리적 압박 때문이었죠." 그녀는 콘텐츠를 제작하며 성과에 대한 자괴감이 들었다고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가 달랐기 때문이다. 콘텐츠의 조회 수와 댓글 수는 크리에이터들의 성과를 좌우하는 만큼 그녀에게도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카드뉴스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면 사람들이 좋아해 주지 않았어요. 이은지의 삶과 크리에이터로서의 삶은 점차 사라지고, 자극적이고 보여 주기식의 콘텐츠만 만들게 되는 거죠." 그녀는 이러한 괴로움이 반복된 탓에 섭식 장애를 겪기도 했다.

이를 해소하고자 1년에 한 번씩 디지털 노마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제주도, 뉴욕, 태국 등 자신이 좋아하는 도시에서 한 달간 지내며 그녀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기간에 일과 삶에 대한 분리의 필요성을 느꼈고, 성과에 대한 집착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코워킹 주인장들과 함께한 모습


· 10년 차, 프리랜서의 삶은 어떤지?

지난 3월, 프리랜서로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주제로 강연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제가 겪어보니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과정이 힘들고 고되다는 거였죠. 디지털 노마드 프로젝트를 진행할 거야! 라고 했을 때 겉으로는 재밌어 보이지만, 스폰서를 찾고 생활하기 위한 모든 과정에 설계가 필요해요.

신체적으로 힘들기도 했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프리랜서만의 워라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프리랜서는 눈을 감으면 일이 끝나고 눈을 뜨면 일이 시작되니까요.

 

· 그에 대한 애로사항은?

전원이 꺼지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시간도 필요한데 항상 콘텐츠 생각만 하니까 생각이 폭주하는 거죠. 프리랜서로 정점에 올라서기 위해 워라밸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좋아하는 일이 내 삶의 전부가 되었을 때 생각보다 불행하더라고요.

과거에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삶이 행복하다고 증명하고 싶었어요. 내가 만든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영감이 되고 영향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막상 그게 아닌 거죠. "보여주기 위한 삶이 고통스럽고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었을 때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 올해의 목표는 분리하는 삶을 사는 거에요. 좋아하는 것과 일을.

 

◇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녀, 틀에 박힌 삶에 정면 돌파하는 자신감은 내 무기


· 콘텐츠 제작을 하며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는 언제인지?

아무래도 콘텐츠 반응이 뜨거울 때죠. 콘텐츠 반응이 좋은 날은 10초에 한 번씩 새로 고침을 눌러봐요. 어떤 댓글이 달렸는지, 좋아요가 몇 개인지 밤새도록 확인해요. 그 순간을 두 눈에 담는 게 좋더라고요.

또한, 콘텐츠로 그 이상의 가치가 생겼을 때 가장 뿌듯합니다. 핫도그 가게에 대한 콘텐츠였는데 카드뉴스를 올리고 난 후, 프랜차이즈에 대한 문의가 쇄도했다고 하더군요. 콘텐츠의 효과가 정말 대단하구나! 를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를 알아봐 주시고 팬이라고 말씀해주실 때도 정말 기분이 좋아요.

 

· 변화에 대한 불안함은 없었나요?

재미를 쫓는 성격도 한몫했지만, 또 다른 모습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틀에 박히지 않는 삶을 살며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새로운 길을 걷는 일이 쉽지 않다는 어른들의 이야기도 이해되지만, 결국 모든 문제는 풀리더라고요. 어떤 어려움이 닥쳤을 때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게 좋을까’라는 습관 덕분에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게 됐어요.
 

이은지 대표 인터뷰 영상 (화면 캡처)


◇ "탁월한 안목과 타이밍을 포착하는 능력 등 수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사람들의 변화와 입맛, 사회의 흐름에 따라 제작해야 합니다. 책상 앞에 붙어 있는 시간이 적은 학문이라고 쉽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만큼 책상을 멀리하는 시간에 끊임없이 경험하고 사고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입니다."


· 프리랜서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는?

제 인터뷰 영상에 달린 댓글인데 이분의 말씀에 크게 공감이 됐어요. 콘텐츠를 발굴하고 사람들에게 이야깃거리가 되려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재빠르게 구상해야 하거든요. 뇌를 많이 써야 하는데 이 부분에 있어 젊은 친구들의 감각을 따라갈 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체력적인 부분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쌓은 지혜와 연륜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라고 하면 제 분야에 대한 길잡이 역할이지 않나 싶어요.

콘텐츠의 메시지는 달라지지만 구조는 똑같거든요. 저 역시, 살아남기 위해 매일매일 성찰하고 역할에 대한 변화를 느끼고 있습니다.

 

· 앞으로 인정받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지금까지 인정받기 위해 살아왔어요. 최근 휴식 차 태국으로 떠난다는 글에 한 분이 이렇게까지 노력해 오신 줄 몰랐다는 댓글을 달아주셨어요. 항상 행복하고 밝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제 이면에 고통과 어려움이 있었던 거죠. 틀에 박힌 삶에서 벗어나 좋아하는 일만 선택해 행복하게 사는 삶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이제는 저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보여주고 싶어요.

 

· 구체적으로 만족하는 삶이란?

디지털 노마드 프로젝트를 하며 스폰서를 찾아야 하는데 "유튜브를 하냐?", "파워블로거라도 되냐?"라는 말을 들었어요. 마음속으로 보란 듯이 보여주겠다! 이를 갈았죠. 그렇게 제주도에서 한 달간 생활하며 콘텐츠를 만들었고 그다음부터는 진행이 수월했어요. 기대감을 심어준 거죠.

이은지 소개란에 프로젝트 여행가라는 표현을 써요. 의미 없는 삶을 싫어하거든요. 제 일에 대해 잘 설명한 문장이라는 평가처럼 기존에 없는 분야와 직업을 새롭게 개척해 누군가에게 또 다른 희망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자신을 프로젝트 여행가라 말한 이은지 대표


◇ 콘텐츠를 위한 조언, 트렌드에 민감하려면 오프라인에서 기회를 많이 발굴하라!


"시대 흐름에 민감하기 위해 해당 플랫폼에서 몇 개월을 살아요. 예를 들어, 콘텐츠가 살아남는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하루 10시간씩 페이스북을 하고, 패션 콘텐츠를 만들 때면 패션과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친구 요청을 보내요."

그녀는 온종일 유튜브를 보며 제목부터 섬네일, 영상의 구조 등 해당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든 적이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화장실을 갈 때, 이동하며 쉴 때도 끊임없이 자신에게 노출이 되게끔 설정한다.

'정말 그렇게까지 해야!' 사람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이은지 대표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 순간이었다.

 

· 콘텐츠와 브랜딩이 중요한 시대에 마케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실 조언이 있나요?

첫 번째로, 현장에서 보고 느끼는 게 중요한 만큼 오프라인에서 기회를 많이 포착하셨으면 좋겠어요. 길거리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 음식, 입는 옷이나 신발, 화장품 등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며 이슈에 대한 힌트를 얻으셔도 좋습니다.

두 번째는 반응이 뜨거운 콘텐츠가 있다면 적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음식점에 줄이기네? 라고 했을 때 사람들이 왜 줄을 서는지, 특별한 메뉴가 있는지, 직원들이 친절한지 등 다양하게 생각을 해보는 거에요. 왜? 라는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근거나 배경을 파악할 수 있거든요. 이렇다 보니 메모하는 습관이 저절로 생겼어요.

마지막으로, 마케터나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면 타인에게 받는 사랑을 즐겼으면 좋겠어요. 저처럼 즐기지 못하면 어느새 삶에 스트레스가 가득 차거든요. 수단으로 삼되 성과를 만드는 과정 자체, 기대감, 설렘을 가지셨으면 해요. 사랑하고 사랑받을 준비가 필요합니다.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올해로 디지털 노마드 프로젝트를 진행한 지 3년 차에요. 새로운 문화와 생활을 접하면서 제가 가진 틀을 깨는 과정이 좋더라고요. 굳이 틀에 박힌 삶을 살지 않아도 되는구나! 라는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 찾아다니는 거죠. 앞으로는 장기 여행보다 출장을 많이 만들고 싶어요.

다가올 6월에, 한국에서 해외 진출한 브랜드를 소개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인사이트 편'을 만들 예정이에요. 다양한 나라에서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좋은 콘텐츠로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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