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신배수박스 이설공사의 직각 관로, 홍수 발생 가능성 등 지적 받아

행신배수박스 이설공사 설계도면. 청색이 기존 배수박스이고 적색은 이설 배수박스 관로로 직각으로(점선 원) 꺾여 있다.

‘대곡~소사 복선전철사업’의 고양시 구간인 ‘행신배수박스 이설공사’가 대형사고 발생의 소지를 안은 채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인근 주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더구나 이 공사는 고양시로부터 두 차례나 문제 있다는 지적을 받고서도 강행되고 있어 시공사뿐만 아니라 감독기관의 책임론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역의 대표적 시민단체인 비리행정척결운동본부 고철용 본부장은 15일 “현대건설은 고양시 기술자문위원회의 지적을 무시하고서 두 번이나 직각으로 꺾이는 위험한 배수관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면서 “이 상태로 공사가 마무리될 경우 훗날 관로 붕괴와 홍수 발생 등 엄청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고양시기술자문위원회는 앞서 두 차례에 걸쳐 그럴 가능성에 대해 경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 12월과 2018년 8월 등 두 차례 심의를 통해 행신배수박스의 90도 곡관형태 2회, 120도 곡관형태 1회 등 관로 문제를 지적하며 부적격 판단을 내렸던 것.

특히 두 번째 심의에서는 “1차 자문결과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곡관으로 변형된 지점의 수리 해석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부적격’ 의견을 제시했다.

두 번이나 직각으로 수로를 바꾸는 설계의 경우 홍수에 대한 위험관리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이를 인지하고도 행신배수박스 이설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2016년 10월부터 충장공원 및 능곡역 일대 지하 560여m에서 진행되는 공사를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철용 비리행정척결운동본부장은 “고양시 기술자문위 심의결과만 보더라도 행신배수박스 이설공사는 심각한 문제를 안은 채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 공사는 기술자문위 첫 심의결과가 나왔던 2017년 12월에 이미 중단됐어야 옳다”고 주장했다.

고 본부장은 또 “기술자문위 심의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공사를 시작해 설계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도 공사를 강행하는 시공사의 배짱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이라도 고양시는 행신배수박스 이설공사를 즉각 중지시켜 행신동과 토당동 등 인근 주민들을 재앙의 위험으로부터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태에서 고양시 관계자는 14일 “공사를 임시 중단하도록 시공사에 요구했으며 과거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찬찬히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해당 공사에 대한 세 번째 심의결과가 곧 나올 예정”이라며 “이번에도 이전 두 차례와 같이 문제점이 지적되면 전면 재공사를 하도록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건설은 정당한 절차에 따라 공사를 시작해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양시 기술자문위 지적에 대한 소명자료를 제출했고, 지금도 나름대로 공사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소명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 본부장은 “3차 심의에서도 이전 두 차례와 마찬가지 결과가 나올 것이 확실시된다”면서 “이번 기회에 시민의 안전을 도외시한 행정 책임자를 문책하고 시공사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곡~소사 복선전철사업은 사업비 1조5000억여 원을 들여 고양시 대곡에서 부천시 소사까지 20분 내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임대형 민간투자 프로젝트다.

전체 18.3㎞ 가운데 고양시 구간 6.8㎞는 거의 지하터널로 이뤄져 있다.

한강 밑을 관통한 다음 고양시 행주내동 고속철도차량기지 인근에서 지상으로 나와 능곡역을 거쳐 대곡역까지 이른다.

이번에 문제가 된 행신배수박스 이설공사는 과거 지상의 행신천이 철도 및 차량기자로 인해 복개돼 지하로 흐르는 상태에서 복선전철 구조물과의 간섭이 발생함에 따라 이를 피하기 위해 이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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