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강잡스 김학민 대표

납땜을 좋아한 13살 꼬마 수리공에서 엔지니어로
국내 유일 스마트폰 기기 전문 수리 교육 런칭
세계인의 마음까지 수리하는 기업이 꿈


 

"대학 강연에서 무모한 것에 도전하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극적인 경험을 좋아하고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모험가, 저 자신을 모험가라 부르고 싶습니다."

"늘 한 치 앞을 몰랐고, 어떻게 될지 모르고 자랐습니다. 하지만 제가 살아온 이유는 희망이었습니다. 희망이 없었다면 죽었을 겁니다. 북한에서 늘 포기하고 싶었지만, 희망을 꿈꾸며 지금까지 왔습니다. 언젠가 북한에 돌아가 제가 가진 것을 나누고 싶어요."

함경북도 온성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 서강잡스라 불리며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김학민 대표를 만나 그의 꿈과 비전을 들어봤다.
 

주식회사 서강잡스의 CI, '우리는 사람의 마음을 수리합니다'


· 많이 유명해졌다, 소감은?

당연히 좋습니다. 저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사회에 쓸모 있는 사람이구나!'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죠. 기존 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도 많이 오시고 국내외에서 택배를 보내주시더군요. 심지어 애플 엔지니어가 추천해 찾아온 경우도 있었습니다.

부자가 되는 것보다 사회적인 마인드를 갖는 것이 강합니다. 좋은 일을 함으로써 얻는 명예도 좋죠. 북한에서 왔기 때문에 좋은 일을 하며 살아가야겠다는 마음이 큽니다. 큰 기업만큼은 아니지만,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 서강잡스라는 닉네임에 대한 만족은?

굉장히 만족하고 감사합니다. 서강잡스가 잘 될 수 있었던 것은 15,000명이 보는 서강대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을 탔기 때문이죠. "학교에 휴대폰을 잘 고치는 천재가 있다.", 저를 스티브 잡스라고 소개해줬습니다. 이후, 회사를 차릴 때 어떤 이름이 좋을까 생각하다 학생들에게 익숙한 서강잡스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 과거, 작은 컨테이너에서 크게 달라진 모습인데 계기가 있다면?

창업할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납땜은 제 취미였고 서강대학교 기숙사 책상에서 시작된 일이었거든요. 강의실, 카페, 편의점 테이블이 아닌 제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2년 전 여름, 외부 언론에 소개되고 정말 많은 분이 밤낮으로 찾아와주더군요. 맛집처럼요. 감사하기도 했고 혼자서 감당할 수 없었기에 확장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연구실이 생겼죠. 휴대폰 고장의 50%가 모듈 교체, 액정, 배터리 부품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정밀 회로입니다. 정밀 수리가 가능한 곳이 흔치 않기 때문에 이를 위한 연구실이 필요했고 자체 기술도 개발 중입니다.
 

주식회사 서강잡스 내부 모습


· 주식회사 서강잡스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2017년 10월, 2주간의 미국 출장은 확장에 대한 희망을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애플 본사와 앱스토어, 일류 회사들을 보며 인테리어와 디자인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었죠. 한국으로 돌아와 모든 인테리어, 디자인을 100% 직접 했고, 매일 사무실을 보며 만족하고 있습니다.

수리점에 대한 이미지가 전파상 같은 어두운 느낌을 준다면, 서강잡스는 회사로서 서비스를 제공할 때 깨끗하고 화려한 이미지를 주려 합니다. 수리업이 단지 수입을 위한 일이 아닌,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만큼 중요한 기술이기에 수리업계 인식을 바꾸고 싶습니다.

 

◇ "타인의 인생을 살면서 인생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 네 목표를 찾고 타인의 목소리가 내 가슴을 파헤치지 못하게 하라" 스티브 잡스


"스티브 잡스는 입양돼 자라며 갖은 문제를 겪었지만, 본인의 인생과 존재에 대해 고민하고 극복한 사람입니다. 북한에서 저는 정체성을 모르고 살았어요. 꿈을 꿀 수도 없고, 국가가 시키는 대로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 갇혀 살았습니다. 자유가 없는 환경에서 살던 습관이 한국에 와서도 그대로 이어지더군요.“

대한민국은 북에서 온 청년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말투나 외모 등 그들과 달랐던 김 대표에게 보내는 시선은 차가웠다. 세금을 축내고 국가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고 한다. "북한에서 왔다고 하면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는 한동안 북한에서 온 자신을 숨기며 살았다.

하지만, 잡스의 메시지는 김학민 대표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그의 자서전을 읽으며 "나는 남이 될 수 없구나! 자존감을 찾고 진정한 나를 찾아야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서강잡스 김학민 대표


· 여러 스마트폰 가운데, 아이폰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항상 좋은 휴대폰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이었죠. 여러 제품을 알아보던 중 고급 유리, 스틸 테두리, 그립감 등 아이폰이 마음에 들더군요. DMB 기능도 없고 배터리도 일체형이지만 전자제품은 전자제품다워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아이폰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 스티브 잡스가 대표님에게 주는 의미가 있다면?

제 삶의 든든한 조언자입니다. "위대한 일을 하는 유일한 길은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찾듯 사랑하는 일을 찾아라!"라는 말을 새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살아있었다면 꼭 만났을 겁니다. 사업에 있어 파트너십도 맺고 애플의 A/S를 총괄하는 공식회사로 인증도 받아보고 싶어요.

 

◇ 공학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내 전공은 철학이 되었을 것


· 스마트폰 수리를 언제부터 했는지, 이를 위한 노력은?

무언가를 잘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보면 어느 순간 뚝딱하고 찾은 게 아니더군요. 수 없이 배우고 실수하고 또 연습하고, 아무 보상 없이 상당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는 좋은 결과를 위한 자양분이 아닐까 싶어요.

8살 때부터 전자제품 뜯어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친구들은 학교가 끝난 후 밖에 나가 놀았지만, 집에 앉아 말소리가 나오는 스피커를 뜯어보며 배터리가 폭발한 적도 있고 감전 당한 적도 있었어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오랜 시간 좋아하다 보니 유레카! 하듯 전자제품의 작동원리를 습득하게 됐습니다.
 

아이폰 수리 중인 김 대표


· 창업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전자제품 수리는 어려서부터 좋아한 일이었고 한국에 와보니 수리 사업이 인기 있는지 몰랐습니다. 고장 나면 버리고 새 제품을 사듯, 모두가 잘 사는 줄 알았거든요. 엔지니어로서 휴대폰 고치는 것은 제게 쉬운 죽 먹기였는데 주변 친구들이 대단하게 봐줬습니다. "어떻게 고치냐?", "아무나 못 고친다." 사업을 해보라는 조언을 해줬고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 대표님의 대학 생활이 궁금하다, 힘들진 않았는지?

제게 대학교는 큰 의미였습니다. 한반도 가장 끝, 척박한 땅에서 태어나 서울에 왔고 이곳에서 학교에 다닌다는 것은 엄청난 설렘이었죠. 공학은 선천적인 꿈이었고 그걸 배우는 하루하루가 신기했습니다. 나아가 철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북한에서의 삶과 연관 지어 리포트도 써보며 저를 찾는 시간이 좋았습니다.

사실 학교에 다니는 동안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많이 외로웠고 공부 따라가기도 벅찼지만, 주변에 괜찮은 친구들이 꽤 있었어요. 제게 무료로 과외도 해주고 개인 생활에 있어 멘토 역할을 자처해주었죠. 고마운 친구들입니다.

 

·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나요?

"삶이 소중한 이유는 언젠가는 끝나기 때문이다." - 프란츠 카프카

'철학적 인간학'이라는 수업이 자아를 찾는 데 많은 도움을 줬어요. 공학을 선택하지 않고 인문학으로 갔더라면 철학을 전공했을 겁니다. 한번은 죽음에 대해 공부했는데 북한에서는 이에 대한 공포가 심했습니다. 죽음이라는 단어만 생각해도 피하고 싶었지만 이를 끝까지 파고들고 생각하는 과정에서 알아가는 삶에 의미가 좋았습니다. 셀리 케이건이 쓴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꼭 한번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정답은 없지만,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좋은 책입니다.
 

기술교육 1기 수료식 당시


◇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해진 전자제품 수리,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사업 추진


· 엄청난 워커홀릭이라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14시간 정도? 새벽 2~3시까지 일하는 워커홀릭이에요. 주변에서 "너무 일만 하지 말아라"는 조언을 많이 해주었는데 뭔가를 이루는 데 있어, 목숨 걸고 바치는 시간이 없다면 결코 이룰 수가 없더군요. 사업이 잘되냐 안되냐는 사업가의 노력이 먼저입니다. 밤을 새우며 연구하고 추진력 있게 끌고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은 열심히 한 만큼 보람도 있기 때문에 워라밸을 지켜보려고 합니다. 대외활동을 하며 사람들도 더 만나고 여행도 다녀야겠다는 생각해요.

 

· 일하며 겪는 어려운 점은?

경영자의 자질은 또 다르더군요. 엔지니어로서 회사를 운영하며 누군가와 함께 일한다는 것에 어려움을 느낍니다. 적지 않은 금액이 오가는 직종이다 보니 기술적인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죠. 아무리 가르쳐도 안 되는 사람은 내보내야 하고, 재능을 가진 사람을 찾아 뽑는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함께 일하며 좋은 의견을 수렴해 서강잡스만의 성과를 달성하고 싶어요.

 

· 만약 사업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떤 모습이었을지?

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 갔을 것 같아요. 안정적인 삶보다 새로운 세상으로 모험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미국은 한국보다 더 큰 무대이자 노력에 따라 기회가 주어지는 나라입니다. 다양한 인종이 살고 경쟁이 심한 사회지만 이곳에서 학계 쪽으로 도전했을 것 같아요.

남북이 통일됐을 때 제가 그동안 배운 지식으로 교육도 하고 대학도 설립하고 싶습니다. 우리 가족이 고생할 때 저 혼자 잘 살자고 도망쳤다면 불행한 인간이 되었을 겁니다. 먼 훗날을 위해 가진 것을 나누고 베풀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요.
 

서강잡스를 '사람과 사회를 위한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는 김학민 대표


·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서비스를 제공했을 때 손님들의 피드백이나 반응을 돌이켜보면 돈을 내면서도 고마워하시죠. 소중한 물건이 깨져 우울해하며 들어오는데 나갈 때는 만족해하고 정말 행복해합니다. '우리는 기계를 고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고치는구나!'라는 서강잡스의 철학에 믿음의 깊이를 더할 수 있었습니다.

 

· 변하지 않는 자신만의 모습이 있나요?

자본가나 기업가를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기업을 성장시킴에 있어 냉정해야 하는데 따뜻함을 동시에 가진 사람은 흔하지 않더군요. 회사를 운영하며 어려웠던 때를 돌아보게 되고, 냉정해질 때도 있지만 '사람에 대한 따뜻함은 변치 말아야겠구나!' 하며 다짐합니다. 늘 사람과 사회를 위한 기업으로 운영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이죠.

 

· 앞으로의 계획, 목표가 있다면?

다양한 제품을 수리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한발 한발 규모를 더 키워야 하고 협력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이들과 함께 수리 잘하는 회사로 키워 삼성, LG, SK, 소니 등과 같은 대기업들의 A/S를 담당하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로 발돋움하는 게 꿈입니다. 정상으로 향하는 관문들이 많겠지만 작은 성공이 모여야 큰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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