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승용 스포츠 마케터

블리자드 코리아 오버워치 E-Sports 팀장
30대에 3권의 책을 낸 스포츠 덕후
3월에 나올 예비 스포츠 마케터를 위한 진로 백과사전

 

 

블리자드 코리아 오버워치 E-Sports 이승용 팀장


"젊은 나이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하루하루 불안했습니다. 미국에서 보낸 저의 20대 후반, 5년은 값진 투자라고 생각해요. 31살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취업했지만, 20대에 보낸 시간이 꽃을 피워 지금은 하늘로 솟구치고 있다! 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로 삶을 채웠습니다. 제 인생의 주도권을 잡는, 이기는 습관이죠."

글로벌 Top 스포츠 마케팅 에이전시 IMG, 코오롱 인더스트리 FNC 스포츠 마케팅 부문을 거쳐 현재 블리자드 코리아에서 E-Sports를 담당하고 있는 이승용 팀장. 2013년 첫 번째 책 「스포츠마케팅 쪼개기 – 취업, 입시, 유학 편」, 2016년 「스포츠마케팅 쪼개기 – 스포츠, 이벤트 운영 편」을 펴내며 저자로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후 출판 기념회, 토크 콘서트, 블로그 등을 통해 스포츠 마케터를 꿈꾸는 젊은이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앞길을 밝히는 등대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동 파르나스 타워에 위치한 블리자드에서 이승용 팀장을 만나 스포츠 마케팅으로 지구 정복을 위한 그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블리자드 코리아 사무실 앞에서


· 첫인상이 유쾌하신데 팀장님 성격이 궁금해요.

외향적이며 항상 웃어요. 어렸을 때부터 부정적인 사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콤플렉스일 정도로 평범하고 성격 좋은 아이였는데 지금은 제 강점이라 생각해요. 외부활동이나 대인관계를 갖다 보면 개인 성향이 많이 반영되는데 즐겁게 만나고 이야기도 잘 나누게 되더라고요. 스펙보다 중요한 건 인성과 첫인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3권의 책을 출판하셨는데 소감과 계기는?

출판은 정말 신기한 일이에요. 처음 책을 쓸 때는 어려웠지만, 두 번째 세 번째는 절반의 힘도 들지 않았습니다. 책을 읽었기 때문에 책을 쓸 수 있었어요. 우연히 읽게 된 이지성 작가의 책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은 제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독서와 담을 쌓고 지내던 한 사람이 독서왕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책이었죠.

독서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나도 한번 해봐야겠다." 강한 의지를 갖고 연말까지 책 100권 읽기에 도전했습니다. 목표를 설정한 것도 있고 주변에 이야기한 것도 있었기에 꼭 성공해야겠다! 마음먹었죠. 책을 읽음과 동시에 쓰기를 병행하다 보니 어느새 제 첫 번째 책의 초고가 나왔더라고요. 무언가 설명하기 어려운 성공의 확신이 들었습니다. 블로그를 하던 시기였고 감사하게도 지금의 출판사와 인연을 맺게 돼 지금까지 3권의 책이라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어요.

 

· 팀장님의 일과는 어떤가요?

출근하고 이메일 확인 및 미국 본사와 전화 회의를 진행해요. 본사가 미국 서부이기 때문에 일하는 시간이 주로 오전에 겹치거든요. 오후에는 미팅을 하고 이후에 외근을 많이 나가요. 쉴 때는 무조건 게임을 합니다. 오버워치요.

 

· 대학생 시절 스포츠 기자가 꿈이었다고 들었어요.

어려서부터 스포츠를 정말 좋아했지만, 대학 진학 당시에는 전공과 스포츠를 연결 짓지 못했어요. 대학교에 입학하니 엄청난 자유가 생기더라고요. 수업은 뒷전이었고 축구, 야구, 게임을 더 많이 했어요. 진로에 대한 고민은 대부분이 그렇듯 3, 4학년이 되면서입니다. 스포츠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습니다. 대학교 방송국 생활을 하며 스포츠 기자가 꿈이었거든요. ROTC 복무 후에 이러한 제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 더 많은 기회를 찾아 떠난 미국, 무급 인턴으로 일하며 느낀 현실의 벽


26살, 스포츠 마케터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도착한 미국에서 그의 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뉴욕 맨해튼에 갔습니다, 만화 캐릭터를 라이센싱하는 회사 마케팅팀에서 무급으로 일하게 됐죠.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라이센싱 회사 시스템이 스포츠 머천다이징과 비슷했거든요." 그 후, 이 팀장은 종목에 상관없이 많은 경기장을 돌아다녔고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스포츠 분야에 경력과 신분 등 갖춰진 게 없었다. "저를 뽑아주질 않더군요. 영주권이 없으면 정규직으로 고용되기 어려운 현실에 좌절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맨해튼 내 의류 무역회사에 들어가 일반 회사원으로 3년의 세월을 보냈지만, 꿈과 다른 현실에 앞이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많은 고민 끝에 그는 미국 코네티컷 주립 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했고 스포츠 경영학 전공을 했다. "회사에 다니며 공부하기 쉽지 않았지만, 그만큼 인턴십 기회도 많더라고요. 종목을 선택해야 하는데 한국인이 활약하는 여자 골프가 눈에 띄었습니다." 골프에 '골'자도 몰랐지만, 이 분야 경력을 쌓아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4번의 방학 동안 학교 골프팀과 각종 골프 대회에서 무급 인턴 생활을 했다고 한다.

 

· 스포츠 경영학 석사와 인턴 경험으로 해당 분야 자격이 충분하지 않았는지?

그래도 현실은 냉정했어요. 졸업할 무렵, 스포츠 마케팅 회사에 지원했지만 모두 떨어졌습니다. 100번 정도요. 어쩔 수 없이 한국으로 눈을 돌려야 했습니다. 글로벌 스포츠 에이전시인 IMG의 한국지사에 지원했고 면접을 보게 되었어요. 골프대회 전문 인력이면서 영어를 할 줄 아는 저의 경력이 국제골프 이벤트를 많이 대행하는 회사의 비즈니스와 절묘하게 맞았던 거죠. 추후 같이 일해보자는 연락을 받았고, 31살 드디어 스포츠 마케터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015년 프레지던츠컵 운영팀장 당시


· 1년 6개월 동안 프레지던츠컵 운영팀장을 맡으셨는데 어떤 준비를 했는지?

"스포츠 마케터는 일당백이 되어야..."

인천 송도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은 골프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모두 아는 유명한 대회에요. 골프계의 최종 보스라고 할 수 있죠. 인천시에서 후원을 해줬기 때문에 송도에 사무국을 제공해줬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집기를 넣는 것부터 인터넷을 설치하고 사무실을 꾸미는 것까지 전부 다 했어요.

대회를 열기 전에는 경기장에 임시 건물을 많이 지어요. 임시 건물 형식의 텐트인데 우리나라에 없는 물건이라 외국에서 배로 실어 와야 하고 이를 설치하기 위해 외국 전문가들을 데려와야 해요. 잔디 공사, 토목공사부터 화장실 설치, 키친, 배수관, 식음료 판매허가까지 모든 것을 담당하다 보니 배우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 팀장님께 프레지던츠컵은 어떤 의미였나요?

1년 6개월 동안 준비했던 큰 규모의 대회였기에 '이제 스포츠 이벤트라면 어떤 것을 던져줘도 다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느끼게 됐어요. 반면 대회가 끝나고 나서 드라마 속 주인공 역할을 맡았던 배우가 느낄법한 공허함은 말로 다 할 수 없었죠. 하지만, 분명 저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게 된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그 대회의 경험을 기반으로 스포츠 마케팅 쪼개기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을 출판할 수 있었어요. 실무용이기 때문에 현업에 갓 뛰어든 스포츠 마케팅 실무자분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 "하루도 지겨울 날 없는 E-Sports, 무럭무럭 자라는 어린아이 같다."


· E-Sports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매일 보는 스포츠 기사 섹션에 E-Sports가 있었어요. 어느 순간부터 E-Sports를 산업이라 부르며 기존 스포츠 분야와 비슷하게 커지더군요. 정말 커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오랜 기간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고 공부한 결과, 원하는 회사에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2016년 오버워치 월드컵을 마치고 팀원들과


· 과거 스포츠에서 8년, 현재 E-Sports 2년 6개월 차다, 두 분야 차이점이 있다면?

산업적으로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스포츠 산업 바탕을 이루는 중계권, 스폰서십, 티켓 세일즈, 머천다이징 세일즈, 팀 비즈니스 E-Sports에도 유사하게 존재합니다. 최근 들어 E-Sports 산업도 많이 진화하고 있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분야에요.

스포츠 마케팅을 하며 기존 스포츠 분야는 시장 크기나 가능성 부분에서 정체됐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하지만 E-Sports는 하루도 지겨울 날이 없어요. 정말 빠르게 진화하고 먹는 대로 쑥쑥 크는 10살 어린아이 같습니다.

 

· 신입이 없는 스포츠 마케팅 분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스포츠든 E-Sports든 즉시 전력감이 돼야 합니다. 경력이 있는 사람을 뽑는 게 맞다 봐요. 공채 시스템으로 입사하면 해당 업무에 맞는 역량을 트레이닝 받지만, 스포츠 마케팅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열정을 갖고 바닥부터 쌓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한 번이라도 스포츠 대회를 가봤는지?, 가서 일하는 사람들을 관찰해봤는지? 등 현장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 말씀드리고 싶어요. 스펙을 쌓기 전에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구나! 스스로 느껴야 합니다.

 

· 그렇다면 유학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유학은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어를 할 줄 아느냐와 상관없이 문화를 익히고 신분을 해결하지 못하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될 거에요. 미국의 경우, 정규직으로 취업하기는 바늘구멍 뚫기에요. 현실적으로 99%는 한국으로 돌아온다는 말인데 유학파를 대우해주는 것도 아니거든요.

유학할 분들이라면 여기에 모든 걸 '올인'하셨으면 합니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문화를 완전히 내 삶으로 받아들이고 영어는 정말 완벽하게 하셨으면 좋겠어요.
 

오버워치 월드컵에서 통역 중인 모습


· 일하며 가장 보람을 느꼈던 경험은?

5년 전, 처음 책을 내고 출판 기념회에서 만난 한 친구가 있었어요. 최근에 했던 특강에서 다시 만났는데 제가 다녔던 IMG에 입사했더라고요. 정말 뿌듯했습니다. 제가 억지로 누군가를 설득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저로 인해 영감을 얻어 삶이 변화했다면 그것이야말로 책을 쓰는 일에 대한 성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 목표가 있다면?

제 브랜드가 널리 알려졌으면 합니다. 사람들에게 스포츠 마케팅 산업의 유익한 지식을 전달하는 리더이자 멘토가 되고 싶어요. 이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산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책을 최신화할 예정이에요. 3월 중으로 개정판이 나올 것 같습니다. 나아가 기회가 된다면 오프라인으로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과 이 분야를 꿈꾸는 분들을 만나고 싶어요. 계속해서 전진할 겁니다. 어떤 곳에서도 전문가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말이죠.

 

· 마지막으로 스포츠 마케터를 꿈꾸는 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책을 쓰며 환상을 깨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정확한 현실을 알려줘야 취업에 도움이 되니까요. 워라밸과 높은 연봉을 기대하시면 힘들 거예요.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전과 자기 플랜입니다. 1년, 3년, 5년, 10년 계획을 세우고 본인이 하고 싶은 분야에 완전히 빠져들어야 해요.

스포츠라는 말이 대중적이잖아요? 막연하게 느끼시겠지만 10가지 분야가 있어요. 분야마다 원하는 자질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스포츠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준비해선 안 됩니다. 스포츠가 아니라 스포츠 마케팅 분야가 어떤 분야고 그 직무에 대해 많이 찾다 보면 좋은 기회가 생길 거에요. 가장 먼저 제 책을 꼭 한번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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