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영 전 민주당 고양 덕양(을) 지역위원장.

2년 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돈이 없어 정당에 들어가겠다고 말해 적잖은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반 전 총장은 2017년 1월 16일 경남 김해에서 기자들과 만나 “홀로 (정치) 하려니 금전적인 부분부터 빡빡하다”면서 “현재 당이 없다 보니 내 사비로 쓰고 있는데 종국적으로 어떤 정당이든 함께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돈’(정치자금) 문제는 금기시되는 말 중 하나이기에 반 전 총장의 이날 발언은 의외였다.

여러 언론은 반 전 총장의 이 발언을 비판적으로 다뤘으며, 당시 민주당 추미애 대표도 비난했다.

또 야권의 많은 인사들은 반 전 총장의 발언을 놓고 ‘정치 초년병’급으로 폄훼했다. 금기를 깰 경우 ‘파격’이라고도 한다.

당시 기존 정치권을 향해 ‘창조적 파괴’에 선봉에 있는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어울릴 듯한 이 발언을 왜? 반 전 총장이 했을까?

‘실언’일까? 아니면 ‘진솔한 발언’일까?

돈으로 얼룩졌던 정치판.

이 기회에 정치자금, 더 쉽게 말해 정치인과 돈, 선거와 돈에 대해 알아보자.

민주주의를 정착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치는 돈으로 얼룩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 선거는 물론 국회의원,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추악한 모습은 수십 년째 이어졌다. 한국 정치의 민낯이다.

차떼기 사건은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당시 여당인 민주당이 삼성, 현대, LG, 한화 등 대기업들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사건이다.

한나라당은 당시 수백억 원에 이른 불법 자금을 트럭 째 받아 이 사건이 ‘차떼기 사건’이라고 이름 지어졌으며, 당시 노무현 캠프도 100억 원 이상을 받았다.

또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며, 현재 대통령 출마를 선언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기업체로부터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죄로 징역 1년에 추징금 4억 9천만 원을 대법원으로부터 확정 선고받았다.

세풍사건은 1997년 대통령 선거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최측근들이 국세청을 동원해 대선자금을 불법으로 모집한 사건이다.

한나라당과 국세청은 20여 개 기업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등을 명복으로 200억 원에 가까운 자금을 불법 모금해 관련자들이 사법처리됐다.

이 밖에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소위 통치자금 명목으로 국내 대기업으로부터 수백억~수천억 원의 불법자금을 갈취한 죄로 감옥살이를 했다.

대통령 선거 비용은 얼마나 소요되나?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비용 제한액은 560억 원에 조금 미치지 못한다.

선거를 마치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각각 446억 원과 479억 원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보전 신청했다.

지난 19대 대선도 비슷한 규모로 치러졌다. 이는 본 선거 비용이며 사실상 국고로 선거를 치르기 때문에 후보나 정당의 부담은 거의 없다.

그러나 후원금도 받기 전, 즉 예비후보 등록 전 각 후보들은 지출비용을 어떻게 충당할까?

한마디로 말하면 개인 돈. 즉 사비로 지출해야 한다. 정확한 셈을 할 수 없지만 후원금을 모금하기 전 후보 개인이 지출해야 할 금액은 수천만 원 내지 수억 단위로 추정된다.

사무실 임대료는 물론 소수의 인건비, 그리고 후보와 그 핵심 참모들의 지방 순회 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

자금이 넉넉지 못한 후보의 경우 핵심 참모들이 자신의 경비를 직접 지출하는 소위 ‘자원봉사’에 의존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고충 때문이었는지 반기문 전 총장이 ‘돈타령’을 한 것 같았다. 당시 언론에 따르면 각 후보들은 사재를 털어 수천만 원짜리 사무실을 계약하고, 인건비를 지출했다.

불법자금은 사용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각종 선거 중 공직선거법의 저촉을 상대적으로 받지 않은 선거는 대통령 선거다.

물론 대통령 선거도 법적으로는 부정선거를 용납하지 않고 철저히 단속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처럼 국민적 의혹이 가시지 않은 경우도 많다. 여기서 거론한 상대적 관용이란 선거자금과 사전선거운동 등이다.

2017년 1월 당시 법적으로 대통령 선거운동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모든 후보들은 사실상 선거운동을 했으며, 언론은 연일 대서특필까지 했다.

냉정하게 따지자면 너나 할 것 없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이었다.

또 하나는 자금 부문이다. 예비후보도 등록하기 전 사용되고 있는 자금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가 꼼꼼하게 따지지 않은 게 관례였다.

특히 따져 볼 부분은 대선 출마를 선언했거나 준비 중인 현직 단체장들이다.

이들은 법률적으로 충분한 자문과 검토를 거쳐 일정과 비용 등을 소화하겠지만, 과연 이들이 움직일 때 공조직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만일 이들 단체장들이 자신의 소속 단체와 직원 등을 대통령 후보 신분으로 활용했다면 이는 명백한 위법이다.

아울러 세금을 횡령한 것이나 다름 아니다. 이 부분도 명확히 따져야 할 것이다.

정당별로 대통령 후보가 확정되면, 후보별로 500억 원에 가까운 국민 세금을 사용하게 된다.

이 돈은 국민의 혈세(血稅)다. 그런데 이 혈세가 각 정당의 곳 간 열쇠를 쥐고 있는 몇몇의 뒷주머니로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눈먼 돈처럼 착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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