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왜 지금 개혁해야 하는가

점차 쌀쌀해져가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연말을 뜨겁게 달구는 화제 중의 하나가 공무원연금 개혁이다. 온도 차이는 있지만 현행 제도를 더 이상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공무원연금개혁에 대한 찬성이 60%~7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무원연금’ 또는 ‘공무원연금 개혁’이라는 키워드가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1~2순위를 차지한 것은 예전에는 없던 현상이다.

 

그렇다면 공무원연금제도를 왜 이 시점에 개혁해야 한다는 것일까? 이 글에서는 공무원연금의 문제점이 발생한 배경이 무엇인지를 먼저 살펴본 후에 개혁의 불가피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공무원연금제도는 우리나라가 아직 경제개발 5개년 계획도 시작하기 전인 1960년에 도입되었다.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던 시절에 왜 공무원(군인 포함)만 노후보장을 해주기 위한 제도가 도입되었을까? 혹자는 그것을 공무원에 대한 특혜의 관점으로 보려 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배경은 직업공무원제도를 확립하기 위한 취지에서 출발하였다.

 

낮은 보수와 국가에 대한 헌신을 요구하는 대신 퇴직 시 적절한 노후소득을 보장해 준다는 인사정책의 일환이었다. 노후보장이라는 안전장치를 통해 공무원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이를 감내하며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주춧돌이 되었다는 것은 역사적 평가이기도 하다.

그러는 사이에 공무원연금제도도 함께 성숙했다. 공무원연금 수급자가 점차 증가하기 시작하였고, 이에 비례하여 지출도 증가하였다. 제도 도입초기에는 주로 급여의 종류를 늘리거나 지급률을 인상하는 등 수혜의 폭을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개선이 이루어졌다. 그렇게 해도 초기에는 연금수급자가 많지 않아 당장의 지출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항상 수지상 흑자를 기록하던 연금회계에 1993년 처음으로 398억원의 적자가 발생하였다. 이를 해결하고자 그동안 유지하던 낮은 비용부담률을 소폭 인상시키는 법 개정을 1995년에 단행하였다.

 

두 번째 변화는 1997년 경제위기에서 비롯되었다. 공무원의 대규모 구조조정(대량 퇴직) 여파는 그대로 공무원연금 지출의 급증으로 이루어졌다. 1999년 6조 2000억이던 기금은 2000년 1조 8000억 원으로 급감하였다. 그대로 두었다가는 당장 기금이 고갈되는 위기 상황에서 2000년 비용부담률 인상 및 보전금 제도 도입 등을 내용을 하는 법 개정이 있었다.

 

개혁은 마무리되었지만 공무원연금 재정수지 적자는 지속되었고, 2007년 국민연금의 대폭적인 급여삭감 개혁의 여파로 다시 공무원연금법 개정이 추진되었다. 2006년 이후 약 3년간의 논의를 거쳐 2009년 공무원연금 개혁이 마무리되었다.

 

약 20년간 3차의 개혁에도 불구하고 이 시점에서 왜 다시 개혁이 요구되고 있는가? 그 이유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복합적인 원인이 서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가장 직접적인 개혁의 요구는 수차례의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정부 보전금이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보전금이란 매년 연금수지상 부족액이 발생하면 이를 정부가 예산으로 충당해주는 금액을 말하는데, 2001년 599억 원이던 것이 몇 차례의 개혁에도 불구하고 2013년 약 2조원에 이르렀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재정부족 사태가 공무원이 연금을 너무 많이 받아서 생긴 결과라고 몰아간다면 그것은 올바른 진단이 아니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그동안 공무원에게는 낮은 보수와 희생봉사를 강조하면서 사후에 적절한 연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했으므로 이는 지켜야할 신뢰의 부분이다.

 

문제는 그동안 지급하기로 약속했던 것 보다 비용부담을 너무 적게 해왔다는 왔다는 점에 있다. 예를 들어, 초기 30년간 연금지급률이 지속적으로 인상되는데도 이를 위한 비용부담률은 1970년부터 25년간 보수월액의 11%(기여금과 부담금 총액, 현 기준소득월액으로 보면 약 7.2%)에 머물러 있었다. 비용부담률이 인상되기 시작한 것은 1995년 이후부터이다.

또 하나의 재정불안정의 요인을 찾는다면 과거에는 예측하지 못했던 연금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즉, 경제발전에 따른 삶의 질 향상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수명이 연장되면서 자연스럽게 연금수급기간의 연장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에 따른 연금지출 규모도 급속하게 커지게 되었다.

 

재직자수는 1990년 84만 명에서 2013년 107만 명으로 약 1.3배 증가했으나, 연금수급자수는 같은 시기에 2만 5000 명에서 37만 명으로 약 15배나 늘어났다. 이를 ‘부양률(연금수급자수/재직자수)’의 지표로 설명하면 각각 3.0%와 33.8%가 되는데 2040년경에는 이 비율이 8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추이로 볼 때, 만약 제도가 현행대로 유지가 된다면 2020년 이후에는 공무원연금액 지출 재원으로서 공무원 기여금과 정부부담금의 총수입액보다 정부예산을 통한 세금 지원이 더 많아지게 된다.

재정 문제이외 또 하나의 개혁의 필요성을 든다면 일반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이다. 최근 언론에서는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보다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해 기준으로 국민연금은 평균 84만원을 받는데 공무원연금은 그에 2.6배나 많은 평균 219만원을 받는다는 언론보도가 반복되고 있다.

 

이를 접할 때마다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러한 비교에는 낸 돈이 서로 다르고 수급자간 평균 가입기간(국민연금 약 20년, 공무원연금 약 31년)이 다르다는 것이 간과되었다. 또한 공무원연금에는 낮은 보수에 대한 보상, 민간 퇴직금, 공무원 인사정책요소 등이 포함되어 있어 민간근로자와의 단순비교는 곤란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투명한 비교를 통해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구분하여 공무원연금제도를 재설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재정안정화 목표 못지않게 우리 사회가 국민 구성원간의 연금 형평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제도 재정비를 위한 연금개혁이 시급하다.

연금개혁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맞물려 있어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불가능한 과제에 해당한다. 선진국의 경험을 보더라도 연금개혁을 쉽게 한 사례는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제부터는 재정건전화로 국민의 재정 부담을 최대한 줄여 나가고, 어느 때보다도 과열된 공적연금제도간 형평성 논란을 해소하여 사회적 통합을 모색해야 할 시기이다.

 

이러한 개혁은 어느 일방이 아닌 공무원과 연금수급자, 국민 모두가 양보와 협조를 통해 가능하다. 다만, 과거를 다시 소급하는 개혁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개혁이 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연금개혁의 여파로 위축된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전환하고 직무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다 같이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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